죽음, 시간 그리고 창업 아이템

죽음
1월 31일 장모님이 천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어서 일까요. 이전에 경험했던 다른 죽음들과는 다르게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라는 질문에 닿게 되어서요. 이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이번 글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죽음을 마주한 직후에는, 밀려오는 행정적인 일들에 휩쓸려 갔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 시신을 운구하는 일, 장례식장과 계약, 장례식 준비 등. 3일 동안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장례식이 끝나있었고, 아내와 장인어른 처형과 함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남은 육개장과 편육을 차려 먹으면서, 장모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우리 밥 굶지 말라고 음식을 주고 가셨구나 대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첫째날은 슬픔과 질문이 가득한 날이었어요. 왜 돌아가셔야만 했을까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물론 아프시긴 했지만, 점점 좋아지는 상황도 있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더 황망 했던것 같아요. 해결되지 않은 질문과 슬픔을 안고 둘째날, 몇몇 조문객이 와서 우리를 위로하며 말했을 때,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답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받은게 너무나도 많은데.. 이제는 은혜를 갚을 길이 없게 되었다고.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오시는 분이셨다고. 지금도 밥 해주시고 먹이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시는 분이셨다고. 그렇게 뿌려진 씨앗이 맺혀서 선교사님이 되고, 전도사님이 되서 또다른 씨앗을 뿌리고 있구나. 더이상 만날 수 없지만, 남겨진 것들로 우리는 추억할 수 있구나. 그렇게 장례식을 마치고 아직 질문이 남아있음에도 일상이 우리를 떠밀어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복귀하게 되었어요.
물론 온전한 일상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어요. 오로지 아내를 위해, 일주일 동안은 가능한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아내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아내는 마음속 슬픔의 방에 들어가 있었고 저는 그곳에 함께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문밖에 서서 기다렸어요. 제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문밖에 머물기로 했어요. 그렇게 힘을 주고 싶었어요. 슬픔의 방 앞에서 기다리면서 아내와 함께 아버님을 모시고 카페도 다니고, 같이 울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어머님을 추억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어요.
시간
저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은 시간이기에,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시간을 남김 없이 쏟아 부었어요.
함께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간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시간이란 무엇일까. 아인슈타인이 더듬어 발견한 비밀은 길이, 넓이, 높이와 같이, 시간도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4번째 축이라고 했는데, 그 말처럼 그저 숫자가 바뀌는 것으로 표시하는 축의 이동인걸까. 나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어머님의 죽음을 마주하며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이 저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왔어요. 이전부터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저는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언젠가는 끝이 있구나. 시간은 이처럼 유한하기에 가장 가치있는 것이구나. 그 생각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안계신 며칠을 살면서 시간의 또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시간은 이땅에서 어떻게 존재할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운동을 할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대화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도 있는 기회. 매 순간 우리는 어떻게 존재할지 선택할 수 있구나.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구나.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동안,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 내가 죽고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창업 아이템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
하는 잠언 말씀을 따라서 시간이 저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간을 벌어주고 싶어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사용자들이 어떤 문제를 겪을 때,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하도록 UX/UI 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대부분 제가 마주 했던 문제들은 무엇인가가 어려워서, 그걸 해결하려면 시간을 들여서 공부해야해서, 더 쉽게 만들어주면 해결되는 일들이었기 때문이에요. 현재 교육업을 하면서도, 어려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개념을 가능한 쉽게 설명해서,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아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경험하며 얻은 노하우를 전해주어서 비슷한 경험을 할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업의 종류는 다양한 것 같아요. 저는 업을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을 쓰게하는 일과 시간을 아껴주는 일이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맛있는 음식 등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여 시간을 쓰게하는 일이 있고, 오래 걸릴 일을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서 시간을 아껴주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시간을 아껴주는 일에 기여하고 싶어요. 어머님이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며 씨앗을 뿌리신 것처럼, 저도 남은 기회를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아껴주는 존재로 살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죽고 저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저를 그런 존재로 기억할 수 있도록이요.